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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고 나서
317쪽
역사상 가장 강대하고 오랫동안 지속된 국가를 묻는다면 우리는 서슴없이 '로마 제국'이라고 말할 것이다. 로마 제국은 2천여 년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세계를 지배했고 또 그 문화는 서구문명의 초석이 되었다. 그렇다면 로마 제국이 그토록 오랫동안 강대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또 쇠락한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에드워드 기번이 『로마 제국 쇠망사』를 집필한 동기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는 물 흐르듯 유려하고도 장엄한 문체로 당시 유럽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책으로 지금도 역사 교양서로서 최고봉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계기로 다시 한번 로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번의 저서가 재조명받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로마인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로마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로마인은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일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로마는 세상의 모든 길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정복'을 위한 길이기도 했으며 문화 전파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오늘날 국가의 기반산업으로서 첫째로 꼽고 있는 도로 건설의 중요성을 그 옛날 로마인들은 이미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로마가 거대한 제국을 형성하며 로마라는 나라 안에 수많은 민족과 종교를 품어 안으면서도 평화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법의 지배'라는 대원칙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서 '로마인은 법과 도로를 남겼다'는 말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로마에는 오늘날에도 '리더'의 전형으로 꼽을 정도로 훌륭한 자질을 갖춘 지도자가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로마가 융성한 요인은 기번도 말하고 있듯이 패배자까지도 동화시켜버리는 로마인의 영민한 지혜와 강력한 정신력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로마인은 세계를 포용할 줄 아는 관대한 정신을 지닌 최초의 세계인으로서 이미 '글로벌화'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로마 제국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로마가 멸망한 요인은 그것에 대해 언급한 역사가의 수만큼 많다는 말이 있을 만큼 사가들의 평가가 엇갈리므로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로마의 쇠퇴는 뛰어나게 위대한 문명의 종착지로서 지극히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결과였다. (중략) 따라서 인공적인 이 대건축물을 떠받치고 있던 각 부분이 시대나 상황으로 말미암아 흔들리기 시작하자마자, 훌륭한 건축물은 자신의 무게 때문에 붕괴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로마의 멸망은 단순한 요인에 의한 것이고 불가피한 것이었다."
그러나 훌륭한 대건축물이 세워지기까지의 과정을 기번은 『로마 제국 쇠망사』에서 다루고 있지 않다. 절정의 문명은 파멸의 씨앗을 배태하고 있다는 자신의 사관을 반영하듯 기번은 로마 대제국의 역사 중 최전성기이자 쇠락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이른바 오현제 시대부터 기술하고 있다.
본서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로마 제국 쇠망사』의 골자를 제정 시대의 여명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서술하고 있다. 또한 기번이 12년에 걸쳐 공들여 완성한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그 방대함으로 인해 쉽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하여 30포인트로 알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로마 제국의 멸망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하며 읽어나가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묘미이겠지만 기번이 말하고 있듯이 왜 멸망했는지를 묻기보다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는가를 생각하면서 본서를 읽는다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재미와 교훈은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옮긴이 한은미
『30포인트로 읽어내는 로마 제국 쇠망사』(북프렌즈) 원문. PDF 추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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